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practice

AI 시대에 가져야 할 것은

by 잼민타치 2026. 5. 1.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 모델이 쏟아지고, 어제까지 불가능했던 일들이 오늘 당연한 듯 현실이 되는 시대다.

 

개발 패러다임부터 일상적인 업무 방식, 심지어는 비즈니스의 구조까지 모든 것이 격변하는 이른바 '대 AI 시대'의 한가운데서 사람들은 기대감 못지않게 깊은 불안과 막막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대 AI 시대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지금 당장 준비하면 좋은 것들이 있을까요?'

 

단순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을 외우거나 특정 AI 툴의 사용법을 익히라는 식의 파편적인 조언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도구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그 형태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해서는 표면적인 스킬셋이 아닌, 본질적인 생존 전략으로서 단기적인 답변과 장기적인 답변으로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맞다.

 

---

 

먼저 단기적으로 보자면 AI를 통한 지식의 민주화 시대라지만 결국 그 지식은 습득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빠르게 내 지식의 Level을 AI로 올려두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는 AI를 administrator가 아니라, companion 쯤으로 인식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하네스가 있다 하더라도,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단순히 AI들의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것보다 인간과의 소통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WoW를 줄 수 있는 형태이다. 

 

물론 논문으로 Human In the Loop, 즉 인간이 개입했을 때보다 AI 들 끼리의 자율적인 토론이 훨씬 더 높은 벤치마크율을 달성했다는 것을 본적이 있지만, 첫째. 아카데믹과 실무는 굉장히 다르다. 둘째. 탑티어 학회, 컨퍼런스 논문이라 할지라도 재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주제를 위한 억지 실험들-ablation study 등이 포함된 논문들이 정말 많이 억셉되기도 한다. 리뷰어 조차도 AI를 써서 리뷰할테니, LLM에게 높은 평가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GEO의 시대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AI 와 같이 협업할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내 도메인에서의 지식을 올려두는 것이 좋다. 

백엔드 엔지니어라면 아키텍처 설계와 CS 지식 등을,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라면 DOM 구조의 역사와 지식과 네트워크 관련 지식 등을,

AI 엔지니어라면 기본 LLM 구조 (특히나 요즘은 Transformer Decoder 와 MoE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KV 캐싱만을 바꾸는 것이 추세이기 때문에), CNN, 디퓨전 지식 등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즉 내가 더 높은 '정'을 달성해주어야 AI의 수준 높은 '반'을 통해 더 높은 '합'을 달성할 수 있다.

 

---

 

장기적으로는 내가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나타내는 단어를 선택하여 조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우리가 주로 쓰는 LLM은 결국 확률 모델이다. 즉 Input의 퀄리티가 Output의 퀄리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구조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나와 동일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명확한 의미를 가진 단어를 LLM에게 Input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Gemini는 한국말을 잘해서 좋아' 라는 문장보다,  'Gemini는 user의 말에서 신조어가 있으면, 그 신조어가 어떤 문맥에서 쓰이는지 Webserch 등을 통해서 파악하여 자신의 Output에 이러한 유저의 preference를 반영해 답변해주어서 거의 한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 라는 문장이 더 명확한 의미를 가진 문장이다. 

 

또, 'SK 하이닉스 좋아?' 라는 문장보다, 'SK 하이닉스의 PER, PBR, 또 앞으로의 구체화되어 있는 미래 전망 (예를 들자면 2030년까지의 수주계약)을 통해 현재 가격이 Bubble인지 아닌지 판단해줘. 그리고 추천하는 SK 하이닉스 구매가격과 목표 가격에 대해 다양한 관점, 그리고 심도 깊은 분석을 통해 알려줘'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명확한 의미를 가진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보다 구체화 된 의미' 를 가지는 것과 '내가 의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예 다르다. 예를 들어 내가 위에서 Sk 하이닉스 좋아? 라고 물어본 의미가 추가적인 주식 구매 및 진입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주식을 언제 판매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물어본 것일 수도 있고, 성과급과 관련하여 입사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물어본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context를 잘 풀어서 제공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습관이 가능해지려면 물론 앞서 말한 자신의 Domain 지식을 늘려두어야 한다. Domain 별로 쓰는 워딩도 다를 뿐더러, 같은 단어라 할지라도 어떤 의의를 가지느냐는 천지차이다. ('Agent'라는 워딩 만해도 같은 AI domain 이지만 강화학습에서의 Agent와 요 근래 LLM에서 사용되는 Agent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특히 민음사의 민경님을 보면서 요즘 느끼는 것은 독서를 하는 자와 하지 않는 자의 단어 선택 pool이 다르다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shorts/D4-55Mfg37w 위의 쇼츠에서 만약 나라면 저 상황에서 '우리 사과를 얼룩지게 만드시면 어떡해요?' 라는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 저희 사과 하고 있는데 뭐하시는거에요~' 정도의 문장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같은 도메인 지식을 가진 두 명이 있다고 할 때, 내뱉는 단어 수준에서 큰 격차가 벌어진다면 그것들의 조합인 문장, 문장들의 조합인 글에서는 과연 얼마만큼의 차이가 날까?

 

더불어 이러한 단어의 풍부함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확장된 사고는 여러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결국 Top-P, 혹은 Top-K 개의 가장 확률 높은 Word를 꼽는 LLM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specific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edge case들을 고려할 수 있는 확장된 사고이기 때문이다.

 

---

 

결론적으로, 대 AI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인간 본연의 깊이'를 채우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AI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라, 내 지식과 사고의 수준을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이자 이를 증폭시키는 확성기에 가깝다.

 

단기적으로는 내 도메인의 전문성을 뾰족하게 다듬어 AI와 대등하게 탁구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의 실력자가 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가장 해상도 높은 단어를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얕은 질문을 던지면 얕은 대답이 돌아오고, 내가 깊은 사유의 결과물을 던지면 그 이상의 통찰을 함께 그려낸다. 그러니 밀려오는 AI의 파도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파도를 능숙하게 타기 위해 나 자신의 지적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것. 그것이 이 격변의 시대를 가장 현명하게 항해하는 방법일 것이다.

 

 

'글쓰기 practi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에게도 Harness가 필요하다.  (0) 2026.05.01